책소개/이것이냐 저것이냐
서랍장의 의미, 이것이냐 저것이냐 서문
엉클창
2025. 7. 2. 07:28
🗝️ 1. 서랍장 이야기의 구조: 내러티브가 아닌 상징
이 서문은 ‘무언가를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로 시작되지만, 그것은 단순한 에피소드가 아니라, 키르케고르가 독자를 실존적 질문으로 이끌어들이는 입구다.
즉, 서랍장은 단지 가구가 아니라, 감춰진 내면, 은폐된 진리, 실존의 자료를 상징한다.
🧩 2. ‘우연’과 ‘내면성’ — 실존의 인식은 논리적 귀결이 아니라 돌연한 사건이다
빅터 에레미타는 말한다.
“그 인상을 설명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도 삶에서 비슷한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 그는 자신이 왜 끌리는지도 모른 채, 그 서랍장에 의해 붙들린다. 이건 키르케고르 실존철학에서 핵심적인 사건 구조다.
진리는 인식되기보다는 우연 속에서 갑작스럽게 주어진다. 그것은 개념적으로 규정되지 않고, 자기를 붙드는 형식으로 나타난다.
에레미타가 그 서랍장과 관계를 맺는 방식은 실존적 내면성의 생성이다.
🗃️ 3. 비밀(Hemmelighed)로서의 서랍장 — 감춰진 것의 계시
서랍장은 감추어진 진리를 상징한다. 그는 그것을 소유하기 전에도 돌아서더라도 다시 바라보게 되고, 심지어 우회까지 하면서 바라본다.
“그 서랍장은 내 안에 하나의 이야기(Historie)를 갖게 되었다.”
→ 그는 서랍장 속에 무언가가 있다고 느끼지만, 그게 정확히 뭔지 모르고, 그걸 말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바로 이 감춰진 ‘무엇’은 이후에 밝혀지는 두 인물의 원고들이다. 다시 말해:
- 서랍장 = 실존적 타자의 내면 = 감춰진 진리의 은닉소
- 그것을 바라보는 에레미타의 태도 = 자기 자신도 알지 못한 채, 진리 앞에 선 실존
🔁 4. 욕망과 선택 — 반복(Gjentagelse)과 단절(Afbrud)
그는 서랍장이 “쓸모없고, 낭비”라고 스스로 알면서도, 결국 그것을 소유하게 된다. 이때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이 서랍장과 함께 네 삶의 새로운 장이 시작되는 거야.”
이건 그냥 비유가 아니라, 키르케고르가 말하는 “선택의 실존적 단절”이다.
- 그는 ‘살까 말까’를 반복하다 결국 결단한다.
- 그 결단은 실존의 새 국면을 여는 계기로 이해된다.
- 즉, 이 선택은 논리적 귀결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단절을 통해 이루어진다.
- 욕망은 처음에는 유혹처럼 보이지만, 그 끝에서는 오히려 진리로의 접촉 가능성을 열어주는 내적 열망(Lidenskab)이 된다.
🧠 5. 서랍장 이야기는 곧 실존적 발견의 패러다임이다
요소 | 상징 또는 역할 |
서랍장(secretair) | 감춰진 진리 / 타자의 내면 / 실존적 계시의 장소 |
바라보는 반복 | 불안과 열망 / 실존적 주체의 각성 과정 |
우연히 들른 가게 | 진리가 개념이 아닌 우연(det Tilfældige) 속에서 주어짐을 암시 |
사지 않으려는 이성적 판단 | 철학적 체계의 관성 / 실존을 막는 ‘선한 의도’ |
결국 구매한 순간 | 실존적 결단 / 삶의 단절과 반복의 시작 |
그 안에서 발견된 두 인물의 원고 | 실존의 두 양식(미적 삶과 윤리적 삶) / 진리의 서사적 표현 |
📚 결론적으로,
서랍장 이야기란, 키르케고르에게 있어서 “진리는 어떻게 주어지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은유적 서술이다.
- 진리는 체계적으로 파악되지 않고,
- 외면과 내면은 동일하지 않으며,
- 진리는 타자의 내면 속에 감춰져 있고,
- 실존은 그것에 붙들리는 사건 속에서 시작되며,
- 그 진리는 선택의 결단과 자기단절을 통해만 도달된다.
즉, 서랍장 이야기 = 실존적 계시의 모형(paradigme for den eksistentielle åbenbarelse)이라 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