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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강화/성찬의 위로

키르케고르의 [성찬의 위로] 간단 해제

by 엉클창 2022. 1. 23.

 

이 글은 키르케고르의 [성찬의 위로]를 역자의 관점에서 해석한 것입니다. 참고부탁드립니다.

성찬의 위로

키르케고르의 《기독교 강화(Christian Discourses)》를 지금까지 「이방인의 염려」, 「고난의 기쁨」, 「기독교의 공격」 순으로 한국어로 번역 출간했습니다. 마지막 4부 「성찬의 위로(금요일 성찬식 때의 강화)」를 이번에 출간함으로써 국내 최초로 《기독교 강화》 전체 시리즈를 완역하여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기독교 강화 시리즈 4권

 

기독교적 실존의 시작점

이 작품은 기독교적 실존의 시작점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참 존재가 밝혀지는 곳이 성찬대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실존’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참’ 존재를 알아야 하는 만큼, 성찬대처럼 자신의 존재가 낱낱이 밝혀지는 곳이 없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그 동안 논의되어 왔던 기존 조직신학적 성찬의 주제들에는 부족한 점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 화체설, 공재설, 기념 상징설과 같은 주제에만 얽매여 왔는데, 지금까지의 이런 주제로는 성찬의 참 의미를 밝힐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기독교적 관점에서 인간의 존재는 어떻게 밝혀지는 걸까요?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고 말했지요. 그러나 키르케고르에 의하면, 이 말도 ‘잠정적’ 일 뿐입니다. 나 자신이 누구인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참 존재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창조주이신 하나님 앞에 서야 한다는 것이죠.

키르케고르의 사상에서 인간 존재가 밝혀지는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하나님 앞에, 말씀 앞에, 마지막으로 그리스도 앞에 서야 합니다. 한 번도 하나님 앞에 서 본 적이 없는 이방인은 ‘실존’할 수 없다고 봐야 합니다. 이 중에서도 가장 명확하게 인간 존재가 드러나는 방법은, 인간이 그리스도 앞에 섰을 때입니다. 그리스도 앞에 선다는 것은 성찬대 앞에 서는 것과 같습니다. 성찬을 제정하신 분이 주님이시고, 성찬대 앞에 주님이 서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인간이 성찬대 앞에 섰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인간이 하나님에게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주님은 인간에게 한결같이 성실하셨건만 인간은 주님에게 얼마나 불성실한지, 주님은 끝까지 사랑하셨건만 인간은 얼마나 많이 배신했는지, 결국 인간이 얼마나 큰 죄인인지 낱낱이 밝혀집니다. 바로 이때, 인간이 느끼는 가장 심각한 감정 상태는 무엇일까요?

인간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겁니다. 인간의 죄와 관련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이 문제에 대해 완전히 무기력한 존재임이 밝혀집니다. 인간은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 생각해 왔습니다. 세상의 지배자라 스스로 생각해 왔습니다. 그랬던 자가 성찬대 앞에 서는 순간, 자신은 아무 것도 아닌 존재이며 스스로 한 발자국도 성찬대 앞에 다가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인간에게 주님이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지 가장 명확하게 밝혀지는 곳이 바로 성찬대입니다. 

영원자에 대한 갈증은 더욱 깊어집니다. 갈증이 물이 있다는 증거이듯, 영원자에 대한 갈증은 하나님이 계시다는 증거입니다. 바로 이 때부터 하나님께서 일하십니다. 이 세상에서 대단한 무엇이 되기 위해 노력해 왔던 인간이, 성찬대 앞에서 완전히 무(nothing)가 되는 순간 하나님께서 일하십니다. 이 기념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 기념이 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인간이 근본적으로, 완전히 무(nothing)가 될 때, 인간은 하나님의 동역자가 됩니다. 하나님은 무로부터 창조(Creatio ex nihilo)하시는 분이시기에, 인간이 완전한 무가 되지 않는다면 하나님께서 사람을 통해 일하실 수 없기 때문입니다. 들의 백합과 공중의 새를 보십시오. 새와 백합을 포함해 자연 만물은 단 한 번도 하나님의 명령에 불순종한 적이 없습니다. 오직 인간만 하나님께 불순종합니다. 그러나 역으로, 새와 백합이 아무리 하나님께 순종한다 해도 하나님의 동역자가 될 수는 없습니다.

성찬대 앞에서 아무 것도 아닌 존재로 드러난 인간이, 하나님의 창조의 동역자가 된다는 것, 얼마나 놀라운 신분상승입니까! 태초에 천지를 창조하실 때 홀로 일하셨던 하나님께서, 이제 인간 안에서 새로운 창조를 시작하시며 ‘인간을 동역자로 삼고’ 일하십니다. 모든 피조물 중 유일하게 하나님을 닮은 인간을 동역자 삼으시고, 인간을 통해 주님의 나라를 창조하는 일을 하십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제자도라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주님께서 “성찬을 기념하라”고 명령하신 이유입니다. 이 책을 통해 대한민국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성찬의 의미를 다시 새기게 되는 계기를 만나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현재 텀블벅 펀딩 중에 있습니다. 링크 공유합니다.

https://tumblbug.com/eucharist

 

키르케고르의 <성찬의 위로>를 통해 영혼의 쉼을 얻으십시오

1848년에 출판된 키르케고르의 <기독교 강화> 제 4부의 작품을 출판하기 위한 프로젝트

www.tumblbu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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