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목은 키르케고르의 실존윤리 전체 구조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그가 말하는 “행동하는 자(den Handlende)”와 “고난받는 자(den Lidende)”의 구분은 단순한 상황 구분이 아니라, ‘선(Det Gode)’이 어떻게 세상과 인간 안에서 각각 승리하는가를 구분하는 변증법적 구조입니다. 아래에서 차이를 세밀하게 정리해보겠습니다.
1. 요약 비교표
| 구분 | 행동하는 자 (den Handlende) | 고난받는 자 (den Lidende) |
| 실존 형태 | 외적으로 행위함 | 내적으로 견딤 |
| 관계 대상 | 세상 속의 ‘선(Det Gode)’ | 자기 안의 ‘선(Det Gode)’ |
| 결단의 형태(Afgjørelse) | 행동을 통한 결단 | 고난을 받아들이는 결단 |
| 의미 | 선이 세상에서 승리하도록 돕는 자 | 선이 자기 안에서 승리하도록 돕는 자 |
| 윤리적 초점 | 행위의 옳음(Det Rette i Handling) | 고난의 인내와 동의(Samtykke med Lidelsen) |
| 위험 | 자기의 성공과 결과에 빠질 위험 | 절망과 무감각, 소원(Ønsket)의 죽음 |
| 목적 | 세상 속에서 선을 실현 | 자기 안에서 선을 내적으로 확립 |
| 영원과의 관계 | 영원한 선의 증거자가 됨 | 영원한 선의 현현의 장소가 됨 |
2. 행동하는 자(den Handlende):
“세상 속에서 선이 승리하기 위한 고난”을 키르케고르는 먼저 이렇게 말합니다:
“행동하는 자가 고난을 당할 때, 그의 고난은 세상 속에서 선이 승리하기 위한 의미를 가진다.”
즉, 행동하는 자는
- ‘무엇이 옳은가’를 위해 세상 속에서 싸우며,
- 그 과정에서 오해받고, 실패하고, 희생당할 수 있습니다.
그의 고난은 공적 차원의 선의 실현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의를 위해 싸우는 사람, 신앙의 증언을 하는 사람, 혹은 도덕적 결단을 내리는 사람입니다. 이 고난은 ‘외적 행위’에 수반되는 것이며, 그가 고난받는 이유는 세상 속의 악이나 불의와 대면했기 때문입니다.
→ 따라서 그의 고난은 선의 역사적 승리(Det Godes Seier i Verden)에 기여합니다.
3. 고난받는 자(den Lidende):
“자기 안에서 선이 승리하기 위한 고난”
하지만 키르케고르는 여기에 더 깊은 층위를 둡니다.
“고난받는 자가 결단 속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고난을 받아들일 때, 그는 선을 위하여 모든 것을 견디는 자가 되며, 그것은 선이 그 안에서 승리하기 위한 것이다 (det Gode maa seire i ham).”
여기서 중요한 것은 “in him(그 안에서)”라는 표현입니다. 고난받는 자의 고난은 세상 속에서의 전투가 아니라, 자기 내면의 전투입니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고난을
- 외적 행위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 내적으로 “결단(Afgjørelse)”을 통해 받아들입니다.
이 결단은 단순한 체념이 아닙니다. 그것은 영원(Det Evige) 앞에서 “이 고난이 내 안에서 선을 세우도록” 동의(Samtykke)하는 행위입니다.
→ 따라서 그의 고난은 선의 내적 승리(Det Godes Seier i Mennesket)를 위한 것입니다.
4. 실존적 차이: “세상의 변혁 vs 자기의 변혁”
| 차원 | 행동하는 자 | 고난받는 자 |
| 행위의 방향 | 세상으로 향함 | 자기 자신에게 향함 |
| 결과의 장(場) | 역사 속, 사회 속 | 영혼 속, 내면 속 |
| 영원과의 접점 | 행위를 통해 증거함 | 고난 속에서 현존함 |
| 실존의 초점 | ‘무엇을 해야 하는가’ |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 |
5. 신학적 의미:
“고난받는 자는 예수 그리스도의 형태(Formen) 안에서 선을 체화한다”
이 구조는 단순히 윤리적 단계가 아니라, 기독론적 실존 형식을 암시합니다.
- 행동하는 자는 그리스도의 사역(virke)을 닮습니다.
- 고난받는 자는 그리스도의 수난(lidelse)을 닮습니다.
즉, 고난받는 자는 그리스도의 “내면적 승리” — 곧 “아버지의 뜻을 받아들이는 결단” — 을 반복하는 자입니다.
6. 요약 문장
“행동하는 자의 고난은 선이 세상에서 승리하기 위한 것이고, 고난받는 자의 고난은 선이 그 사람 안에서 승리하기 위한 것이다.”(Kierkegaard, At ville det Gode i Sandhed, SKS 8:204)
7. 실존신학적 재해석
이 구분은 키르케고르의 ‘교회론’과도 직접 연결됩니다. 왜냐하면 그는 ‘교회’를
- 세상을 변화시키는 제도적 공동체로 보기보다,
- “선이 한 개인의 내면에서 승리하는 자리”,
- 즉 Tilværelsens Kirke(존재로서의 교회)로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고난받는 자의 고난은 곧 내면의 교회가 형성되는 순간, 즉 영원이 인간 안에서 일하는 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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