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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샘

그리스도인의 책임과 권한은 어떤 것인가? (그리스도인 온톨로지)

by 엉클창 2019. 12. 4.

지난 설명에 이어, 다시 왕 예화로 돌아가 보자. 왕명은 백성들에게 그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책임을 지운다. 바로 이것이 왕명의 목적이다. 왕명을 입증하려는 행위는 완전히 초점을 흐리게 한다. 왜냐하면 왕명의 역할이 어떤 세계를 서술하는 것이 아니고 행동을 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기독교 진리가 무엇을 함의하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이야기의 전개를 쉽게 하기 위해,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해하는 전문가나 혹은 직업의 권한과 책임의 문제를 생각해보자. 예를 들어, 사원, 대리, 과정, 부장과 같은 직위는 어떤 권한과 관련된 것 같고, 영업팀장, 본부장, 생산부장, 인사부장과 같은 직책은 어떤 책임과 관련된 것처럼 보인다.

직장에서 갖는 책임과 권한의 문제는 단순하다. 내가 맡았던 직무를 그만 두게 되면 그와 함께 책임과 권한도 사라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책임과 권한이 분리된 것처럼 보인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사람이 꼭 그 일에 대한 책임을 질 필요는 없다. 일반적으로는 권한을 가진 사람에게 책임을 지우려는 경향은 있지만.

하지만 왕명을 전달하는 사람은 다르다. 또한 왕명은 그것을 전달하는 사람이나 받은 사람 모두에게 그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책임을 지울 뿐만 아니라, 권한을 부여하기까지 한다. 쉽게 말해, 왕명을 전달하는 사자는 어떤 면에서 보자면 왕과 동일한 권한을 지닌다. 그는 왕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뿐이다. 성서에서 나오는 사도의 권위가 바로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성서는 말한다.

“하늘과 땅의 모든 권위(All authority)를 내게 주었다.”(마28:18)

그리스도인은 어떤 존재들인가? 왕명을 전달받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왕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저 하늘의 주관자에게서 명을 받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은 자신을 “부르심을 받은 자”라고 말하지 않던가. “소명” 역시 왕의 부름을 의미하는 것 아닌가?

부르심을 받은 그리스도인은 왕명의 전달자로 책임과 권한을 지닌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요점은 그가 지닌 책임과 권한은 일반적으로 직업을 가질 때 책임과 권한을 지니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책임과 권한을 지닌다.

우리말로는 동일하게 ‘책임’이라고 번역할 수 있지만 구분하자면, 영어로는 ‘Responsibility’와 ‘Accountability’의 차이와 같다. Responsibility는 직무가 사라짐과 함께 책임도 사라지는 일시적 책임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반면, Accountability는 개인의 실존과 영원히 분리될 수 없는 “설명 책임”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성서는 바로 이런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불의한 청지기 비유에서 하나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다음 성경 구절을 보자.

“또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어떤 부자에게 청지기가 있는데 그가 주인의 소유를 낭비한다는 말이 그 주인에게 들린지라. 주인이 그를 불러 이르되, 내가 네게 대하여 들은 이 말이 어찌 됨이냐? 네가 보던 일을 셈하라. 청지기의 직무를 계속하지 못하리라 하니”(눅16:1-2)

이 구절에서 보면, “네가 보던 일을 셈하라(give an account of your management)”라고 말한다. 바로 이 부분이 “설명 책임”에 해당된다. 그리스도인은 자신의 살아온 “소명”에 대해 후에 설명을 해야 할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이런 설명책임은 영원히 본인의 삶과 분리할 수 없다. 바로 이것이 존재론적 책임이요, 왕명을 받은 자의 책임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왕명을 받은 자의 책임과 권한은 분리불가능하고, 책임은 곧 권한이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그리스도인은 그의 권한을, 혹은 그의 권위를 “삶으로 입증”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 책임을 지는 행위고, 후에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소명에 대해 “설명 책임”을 갖는 것이다. 이것은 “존재론적 책임”이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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