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주제입니다.
키르케고르의 『불안의 개념』에서 드러나는 역사(History, Historie)와 형성(Formation, Dannelse)의 차이는 단순한 개념의 구분이 아니라, 그의 실존철학 전체에서 ‘진정한 존재’가 어디에서 어떻게 생성되는가를 결정짓는 근본적인 변증법에 해당합니다.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확장할 수 있습니다:
📚 1. 역사(Historie)란 무엇인가?
키르케고르에게 있어 ‘역사’는:
• 외적 사건의 연속성
• 시간 속에서의 인간의 행위
• 영웅, 혁명, 업적, 전환점 등으로 기록되는 것
그는 이러한 역사 개념을 헤겔식 역사철학(세계정신의 전개)과 서술적 사건 중심의 연대기적 역사관에서 명확히 구분하려 합니다.
역사에 대한 키르케고르의 비판:
• 세계사의 무대에서 위대한 일을 해낸 사람이라고 해도, 그가 ‘가능성’과 ‘불안’을 통해 자기 자신을 형성하지 않았다면, 그는 형성되지 않은 존재다.
• 역사적 사건은 인간을 변화시킬 수 있지만, 인간을 실존적으로 형성하지는 못한다.
🛠️ 2. 형성(Dannelse)이란 무엇인가?
키르케고르에게 ‘형성’은:
• 불안(Angest)을 통한 존재론적 훈련
• 자기 자신 앞에서 하나님 앞에 서는 존재로의 이행
• 외적 사건이 아니라, 내면적 가능성의 감당, 자유의 무게를 인식하는 일
예컨대, 『불안의 개념』에서 그는 말합니다:
“가능성의 제자(Mulighedens Discipel)는 황량한 유틀란드 벌판 한가운데서도 세계사의 무대 위에 선 영웅보다 더 깊이 형성될 수 있다.”
형성은,
• 사건(event)이 아니라 사유(reflection)로,
• 변화(change)가 아니라 변모(transformation)로,
• 행위(action)가 아니라 생성(becoming)으로,
일어나는 실존적 과정입니다.
🔄 역사와 형성의 차이: 구조 비교
항목 | 역사 (Historie) | 형성 (Dannelse) |
차원 | 외적 사건, 시간 속의 전개 | 내적 운동, 영원성과 시간의 긴장 속 형성 |
기준 | 업적, 기억, 영향력 | 진리 앞에 선 개인의 자기 동일성과 신 앞의 책임 |
변화의 방식 | 환경과 조건에 의한 변화 | 가능성의 불안과 믿음을 통한 실존적 변형 |
대표 인물 | 나폴레옹, 세계사적 인물 | 아브라함, 소크라테스, 고독한 단독자 |
형성의 장소 | 역사의 무대 (연단, 전쟁터, 혁명 등) | 내면의 공간, 유한성과 무한성의 긴장, 믿음의 자리 |
목적 | 기억되고 기록되는 것 | 형성되고 구원되는 것 |
📖 키르케고르의 대표적 구절과 연결
• 『불안의 개념』:
“가능성은 절대적으로 형성적이다. 세계사의 박수는 인간을 형성하지 않는다.”
• 『비과학적 결론적 후기』:
“진리는 무엇인가? 진리는 ‘자기 자신 앞에서 하나님 앞에 있는 것’이다.”
• 『철학적 단편』:
“진리란, 영원한 것과 동시적인 것이 지금 나에게 현재적으로 되며, 그것에 나 자신이 형성되는 것(Dannelse)이다.”
🕊️ 신학적 확장: 교회와 역사, 교회와 형성
이 구별은 단순히 철학적인 문제를 넘어서 신학적 교회론에도 결정적인 함의를 가집니다.
• 역사적 교회는 외적 제도, 전통, 구조일 수 있으나,
• 형성의 교회, 즉 키르케고르의 *내적 교회(den Indre Kirke)*는 불안을 통과하여 믿음 안에서 형성된 자들의 공동체이다.
✨ 결론
역사는 외적으로 일어난 사건들이고, 형성은 내적으로 살아낸 진리이다. 역사는 사람을 기억되게 하지만, 형성은 사람을 구원되게 한다.
키르케고르는 형성 없는 역사는 공허하며, 역사를 초과한 형성만이 인간을 진정한 존재로 만든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살펴본 역사(Historie)와 형성(Dannelse)의 구분은, 단순히 인간 개인의 실존만이 아니라 교회의 본질을 재규정하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키르케고르의 교회론을 전통적인 가시적 교회 개념과 달리, 실존적 형성의 사건으로서의 교회—곧 Tilværelse로서의 교회로 전개할 수 있습니다.
🕍 1. 전통적 교회론: 역사적 실체로서의 교회
전통적인 교회론에서는 교회를 다음과 같이 이해하곤 했습니다:
• 외적인 제도적 실체로서의 교회 (가톨릭의 Una Sancta)
• 역사 속에서 확장·발전하는 조직체
• 사도적 계승, 전통, 제도, 전례 등을 통해 가시적으로 존재하는 실재
이러한 교회론은 대개 역사적 흐름 안에서 교회의 의미를 규정하려 합니다. 하지만 키르케고르는 이런 식의 교회 이해에 대해 실존적 저항을 보입니다.
🕯️ 2. 키르케고르: ‘형성되는 교회’로서의 실존 공동체
키르케고르에게 교회는 단순히 역사 속에 존재하는 제도가 아니라, 형성되어 가는 개인들이 하나님 앞에서 진리로 향해 살아가는 내적 공동체입니다. 이것은 다음의 세 개념으로 정리됩니다:
1) 교회는 역사적 조직체가 아니라 실존적 사건이다.
• 교회란 단순히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 매 순간 형성되는 것”이며, 그것은 불안, 절망, 가능성의 통과 없이 주어지지 않는다.
2) 교회는 무한성 안에서 존재하는 실존적 공동체이다.
• 이 공동체는 단순한 사회적 결합체가 아니라, 각 개인이 하나님 앞에 홀로 선 가운데 형성된 신앙의 연대이다.
3) 교회는 ‘Tilværelse’로 존재한다.
• 교회는 하나의 being이 아니라 generated existence, 즉 믿음에 의해 생성되는 존재(Tilværelse)이다. 그것은 단 한 번도 완결된 상태로 존재하지 않고, 항상 형성 중이며, 항상 실존적으로 생성되어야 한다.
🛠️ 3. 역사적 교회 vs 형성적 교회(Tilværelsens Kirke)
항목 | 역사적 교회 | 형성적 교회 (Tilværelsens Kirke) |
정의 | 시간 속에서 전개되는 제도, 전통, 조직 | 하나님 앞에서 믿음으로 형성되는 실존 공동체 |
근거 | 사도적 전승, 제도적 안정성, 외적 가시성 | 불안, 가능성, 절망을 통과한 개인의 내적 신앙 형성 |
구성 | 세례 받은 이들의 객관적 집합 | 믿음 안에서 존재가 생성된 단독자들의 내적 공명 |
시간 이해 | 발전하는 시간, 연속적 역사 | 카이로스적 순간 속에서 형성되는 영원의 파동 |
이상 | 하나, 거룩, 보편, 사도적 교회 (ecclesia una) | 불완전 속에서 신적 형성을 추구하는 교회 |
🕊️ 4. 불안의 교회론적 역할
우리가 지금까지 살펴본 불안(Angest)은 교회론에서 다음과 같은 신학적 위치를 갖습니다:
• 불안은 교회됨의 진입로이다.→ 공동체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실존적으로 진리를 살아내는 방식으로 교회가 된다.
• 불안은 성례적이지는 않지만, 형성적이다.→ 그것은 세례처럼 객관적 은혜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 믿음을 생성시키는 실존적 훈련의 자리이다.
• 불안은 성령의 내면적 사역으로 기능한다. → 그것은 인간의 자유 속에서 역사하며,→ 성령의 ‘고요한 역사’처럼 사람을 믿음으로 인도하는 tjenende Aand(섬기는 영)이다.
🧩 결론: 키르케고르 교회론의 핵심 테제
교회는 역사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불안을 통과하여 믿음으로 형성되어 가는 Tilværelse로서 ’되어가는’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교회는 언제나
• 외적인 제도에 앞서,
• 실존의 진리 앞에 선
• 형성된 단독자들로 이루어진 하나님 앞의 공동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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