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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사랑의 실천 2부, 2장 영역본 235쪽 최고선 해설

by 엉클창 2025. 5. 1.

 

『사랑의 실천』, 특히 지금까지 나눈 문맥에서 키르케고르가 말하는 “최고선(høieste Gode)”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일은, 그의 전체적인 실존 윤리와 신학의 방향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열쇠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키르케고르에게 최고선(høieste Gode)이란, “하나님과의 참된 관계 안에서 자기 자신이 되어가는 사랑의 실존”이며, 이는 ‘믿음으로 하나님 앞에 서는 개별자’로 완성됩니다. 즉, 최고선은 단지 “덕”이 아니라, 사랑 그 자체로 존재하는 하나님과의 관계이며, 그 관계 안에서 형성되는 진실한 자기 자신(Selv)입니다.

 

아래에서 단계적으로 풀어드리겠습니다.

 


 

🟩 1. 용어 정리: 키르케고르가 사용하는 “최고선(høieste Gode)”

  • “Det Høieste Gode”는 덴마크어로 “가장 높은 선”, “최상의 선”을 의미합니다.
  • 아리스토텔레스 전통에서 최고선은 ‘행복(eudaimonia)’이며, 목적론적 완성입니다.
  • 하지만 키르케고르는 이 개념을 전복시키고 갱신합니다.

그는 『사랑의 실천』 등에서 최고선을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최고선은 사랑이며, 그 사랑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내어주는 자기 동일성이다.”

 


 

🟨 2. 『사랑의 실천』에서 최고선은 다음 세 가지를 포함합니다:

 

(1)  하나님과의 절대적 관계

  • 키르케고르에게 사랑은 그리스도 안에서 계시된 하나님 자신의 본질입니다.
  • 따라서 사랑은 곧 하나님과 관계를 맺는 방식이며, 이 관계가 존재의 목적이자 최고선입니다.

(2) 믿음으로 살아가는 실존

  • 사랑은 추상적 감정이 아니라, 모든 판단과 기만의 가능성 안에서 ‘믿음으로 사랑을 선택하는 실존적 결단’입니다.
  • 이 사랑은 “모든 것을 믿는 사랑”으로 표현되며, 기만당할 위험 안에서조차 자기 동일성을 유지하는 실존의 진리입니다.

(3) 자기 자신이 되어감 (Selvet)

  • 최고선은 외부 보상이나 사회적 완성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되는 것입니다.
  • 그러나 이 “자기 자신”은 하나님 앞에서만 가능하며, 이는 『죽음에 이르는 병』에서 말하는 “진정한 자아는 하나님 앞에서 수립된다”는 개념과 연결됩니다.

 


 

🟦 3. 문맥으로 돌아가 보면?

 

“사랑은 모든 것을 믿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지 않는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사랑이 스스로에게 충실할 때, 곧 최고선과의 일치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최고선은

  • “결과에 따라 정당화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본질에 충실한 존재 상태”이며, 그 사랑은 그 자체로 속지 않으며, 오히려 인간을 진실한 존재로 세웁니다.

 


 

🔴 결론

 

키르케고르에게 있어 최고선은 하나님과의 사랑의 관계 그 자체이며, 이 관계 안에서 사랑을 선택하고 실천하는 자는 그 어떤 기만으로부터도 속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하나님의 진리에 따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 한 문장 요약

 

최고선은 하나님이시며, 그 하나님 안에서 사랑으로 자기 자신이 되어가는 실존의 진리이다.

 


 

 

“하나님과의 관계 그 자체가 최고선이다”라는 선언은, 고대 그리스 철학, 특히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적 윤리 체계를 근본에서 전복하는 진술입니다.

 

이 점을 구조적으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1.  아리스토텔레스의 최고선: 본성적 목적의 실현 (텔로스)

 

고대 그리스 철학, 특히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있어:

  • 최고선(det højeste gode, τὸ ἀγαθὸν)은 모든 것이 지향하는 목적입니다. 그것은 인간의 경우 ‘이성적 삶의 탁월한 실현’, 즉 덕(arete)의 완성을 통해 주어지는 행복(eudaimonia)입니다.
  • 윤리는 본성에 대한 이성적 숙고와 실천을 통해 성취됩니다. 이는 보편성, 일반성, 자기 동일성을 전제로 합니다.

 

요약하자면:

최고선 = 자연적 질서에 따른 인간의 이성적 목적 완성.

 


 

🟨 2.  키르케고르의 최고선: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 자기 자신이 되어가는 사랑

 

하지만 키르케고르는 이렇게 말합니다:

“최고선은 하나님이시다.” 그리고 “진리는 주어지는 것이며, 믿음 속에서 생성된다.”

 

그 결과:

  • 최고선은 내 안에 있는 어떤 본성의 실현이 아니라, 나 바깥에서, 하나님과의 절대적 관계 속에서 주어지는 실존적 진리입니다.
  • 그것은 자기 자신을 잃고서라도 믿음 안에서 다시 자기를 찾는 길이며, 윤리는 보편이 아니라, 예외 속에서 절대자와 직접 맺는 고독한 관계에서 형성됩니다.

 

이렇게 최고선은:

사랑이신 하나님 안에서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며, 그 관계가 없이는 어떤 윤리도, 어떤 선도, 어떤 자기도 성립하지 않습니다.

 


 

🟥 3. 전복의 본질

이 선언은 단지 도덕철학을 넘어서, 그리스 철학 전체의 인간 이해, 존재 이해, 진리 이해를 전복합니다:

구분 아리스토텔레스 키르케고르
최고선 이성적 덕의 완성 하나님과의 사랑의 관계
진리 인간 본성의 실현 믿음으로 주어지는 것
자기 목적 실현적 주체 관계적 실존, 타자 앞에서 형성
윤리 보편적, 사회적 절대자와의 고독한 관계
키르케고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이성적 동물로서의 인간” 개념을 해체하고, “하나님 앞에 선 고독한 실존”으로 인간을 다시 규정합니다.

 


 

🟢 한 문장 요약

 

하나님과의 관계 그 자체를 최고선이라 부르는 순간, 인간 중심의 목적론적 세계는 무너지고, 사랑과 믿음을 통한 전혀 다른 존재론이 열립니다.

 


아우구스티누스와 키르케고르 선 개념 비교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us)와 키르케고르(Kierkegaard)는 모두 최고선(summum bonum, det højeste Gode)을 하나님(Gud)으로 동일하게 말하지만, 그 개념의 구조와 존재론적 지평은 상당히 다릅니다.

 


 

🟩 1. 아우구스티누스: “하나님은 나의 최고선”

 

▪︎ 최고선 = 하나님 자신

  • 아우구스티누스에게 최고선(summum bonum)은 하나님 그분 자체입니다.
  • 이는 그리스-플라톤 철학에서 말하던 이데아의 최고자, 곧 불변하고, 자족하며, 완전한 선의 실체개인적 인격자인 하나님 안에서 성취된 개념입니다.
“You have made us for yourself, O Lord, and our heart is restless until it rests in you.” (Confessions, I.1)

 

▪︎ 인간의 행복 = 하나님을 향한 ‘안식’

  • 인간은 자기 안에서 최고선을 찾을 수 없고, 하나님을 향할 때 비로소 안정과 행복에 이릅니다.
  • 이는 기억(memoria), 지성(intelligentia), 의지(voluntas)의 삼위일체적 구조를 통해 영혼의 내면 안에서 하나님을 인식하고 참여함으로써 가능해집니다.

 

📌 요약:

  • 최고선: 하나님 그 자체 (완전한 존재, 진리, 선)
  • 인간의 길: 영혼의 내면을 통해 하나님을 인식하고 그 안에 안식함
  • 신앙과 철학의 통합: 플라톤주의의 계승 속에서 신앙과 이성은 조화됨

 


 

🟨 2. 키르케고르: “하나님과의 관계가 최고선이다”

 

▪︎ 최고선 = 하나님과의 관계(Forholdet til Gud)

  • 키르케고르는 최고선을 단순히 “하나님 그 자체”라고 말하지 않고,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가 진리로 나타나는 실존의 사건으로 말합니다.
  • 하나님은 자기 밖에 있는 대상화된 완전성이 아니라, “내가 믿음으로 만나는 인격적 실존의 진리”입니다.

 

▪︎ 인간의 실존 = 사랑 안에서 자기 자신이 되어감

  • 인간은 하나님 앞에서 자기 자신이 되는 실존적 과정 속에서, 비로소 최고선과 연결됩니다.
  • 이 관계는 본성적 인식이나 이성적 사색이 아니라, 도약(spring), 결단(beslutning), 고독, 사랑과 믿음을 통해 수립됩니다.

 

📌 요약:

  • 최고선: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 드러나는 사랑과 믿음의 실존
  • 인간의 길: 자기를 상실하고도 하나님 안에서 다시 자신을 얻는 존재
  • 신앙과 철학의 긴장: 이성은 유보되고, 믿음은 역설 속에서 형성

 


 

🟥 결정적 차이: 내면의 질서 vs 실존의 고통

비교항목 아우구스티누스  키르케고르
최고선의 정의 하나님 그 자체 (존재론적 완전성)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실존
철학과의 관계 신앙과 이성의 조화 (플라톤주의 통합) 신앙은 이성을 넘어서며, 역설과 도약을 포함
인간의 구원 방식 내면의 질서 회복을 통한 신적 참여 실존적 결단과 믿음 안에서 자기 형성
사랑의 성격 의지의 질서화된 방향 설정 (ordo amoris) 모든 것을 믿고 자기 자신을 내어주는 역설적 선택
진리 인식 영혼의 구조 안에서 하나님을 인식 진리는 생성되며, 믿음으로만 주어짐

 

 


 

🟢 한 문장 요약

 

아우구스티누스는 ‘하나님 안에 안식하는 존재’로서 최고선을 말하고, 키르케고르는 ‘하나님 앞에서 믿음으로 존재하는 실존’으로서 최고선을 말합니다.

 


🌿

이 비교를 통해 두 사상가는 “최고선은 하나님이다”라는 동일한 고백을 하지만, 하나는 형이상학적 존재론의 하나님, 다른 하나는 실존적 관계로서의 하나님이라는 서로 다른 지평에서 그 개념을 전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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