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키르케고르가 1848년 5월 13일에 작성한 『죽음에 이르는 병』에 대한 자필 메모 “Rapport angaaende Sygdommen til Døden”의 한국어 번역입니다.
서지사항: NB4:160, Pap. VIII1 A 651
1848년 5월 13일
『죽음에 이르는 병』에 관한 보고
이 책에는 하나의 어려움이 있다. 너무나도 변증법적이고 엄격하기 때문에, 정작 수사적인 것(rhetoriske),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opvækkende), 독자의 마음을 파고드는 것(gribende)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책 제목 자체가 설교(taler, 강화) 형식이어야 한다는 암시를 주며, 그 제목은 서정적(lyrisk)이기도 하다.
Pap. VIII1 A 652. [a] 만약 이것을 수사적 형식으로 전개한다면,
각각의 핵심 술어(주제 predicate)를 중심으로 구성되어야 하고, 각 핵심 주제가 하나의 설교(강화)가 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는 표현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제1강: 그 병의 은밀성
그 병을 가진 자, 혹은 그 병을 가진 누군가는 자신이 그 병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숨기고 싶어할 수도 있다는 것만이 아니다. 진정한 두려움은, 그 병이 너무나도 은밀해서, 사람이 자신이 그 병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를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제2강: 그 병의 보편성
다른 모든 병들은 기후, 연령 등과 같은 어떤 방식으로든 제한되어 있다. 그러나 이 병은 아니다.
제3강: 그 병은 모든 나이, 모든 시간대에 지속된다 – 곧 영원히.
제4강: 그 병은 어디에 자리를 잡고 있는가?
→ 자기(self) 안에.
- 자기(self)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채 절망하는 것
- 자기(self)를 인식하면서도, 자기 자신이 되기를 원하지 않으며 절망하는 것
-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기 자신이 되기를 원하지만 그렇게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절망하는 것
그러나 문제는, 수사적 형식으로 이 내용을 구성하기에는 과제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각각의 절망의 양상(skikkelser)을 시적 상상력을 동원해 형상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변증법적 도식(letter calculus of the dialectical)이 이를 더 잘 해낸다. 아마 이 책은 직접적으로 설교에 쓰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이 책은 훌륭한 도식(schema)을 제공하며, 그 도식은 이후에 보다 은밀하게 설교에 활용될 수 있다.
핵심은, 내가 진정으로 수사적 수단을 사용하기 전에, 나는 항상 먼저 변증법적 구조를 완전히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을 여러 차례 반복해서 정리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아직 그렇지 못했다.
이 일기에 대한 주석
◄ 『죽음에 이르는 병』에 관한 보고(Rapport angaaende Sygdommen til Døden): 키르케고르는 이 시점에서 『죽음에 이르는 병』의 원고를 이미 완성한 것으로 보인다(참고: 287,1). 이는 이 작품이 1849년 7월 30일에 출간된 이후, 그의 일기장 NB12에 남긴 다음의 메모와도 일치한다:
“『죽음에 이르는 병』은 1848년 중반부터 쓰여졌다.” (Pap. X 1 A 583)
◄ “제목 자체가 설교들이어야 한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 같다”:→ 이에 관해서는 키르케고르의 일기 NB4:76(『키르케고르 전집』 SKS 20권, 324쪽 5행 이하)와 비교하라. 또한 『죽음에 이르는 병』의 초기 초안에서는 그가 처음 제목을 다음과 같이 적은 것이 확인된다:
“죽음에 이르는 병(Sygdommen til Døden). 기독교적 건덕적 전개(En christelig opbyggelig Udvikling). 설교의 형식으로(i Talers form)”
그러나 이후 그는 여기서 “설교의 형식으로(i Talers form)”를 지워버렸으며, 또한 “건덕적(opbyggelig)”이라는 표현도 “심리학적(psychologisk)”으로 수정하였다(원고: Pap. VIII 2 B 140). 결국 그는 1849년 7월 30일 출간 직전에 최종 제목을 다음과 같이 확정하였다:
“죽음에 이르는 병. 기독교적 심리학적 전개. 건덕과 각성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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