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케고르가 여기서 묘사하는 절망적으로 자기 자신이 되려는 실존, 즉 무한한 자기 형식을 통해 자기 자신을 자기가 창조하려는 자는 본질적으로 니체적 인간상, 곧 “초인”의 구조와 놀랍도록 유사합니다.
특히 자기를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존재의 기원을 “태초”로 소급하여 스스로 자기를 세우려는 그 실존적 행위는 키르케고르에게는 절망이며, 니체에게는 창조적 자기 극복이 되는 것이지요.
핵심 유사점
- 기원의 패권을 인간 스스로 차지하려는 시도
- 키르케고르:이는 창세기의 하나님의 자리를 인간이 차지하려는 실존적 오만이며, 자기를 ‘받아들임’이 아닌 ‘창조함’으로 대체하려는 시도입니다.
- “그는 시작과 함께 시작하지 않고, ‘태초에’(i Begyndelsen)서부터 시작하려 한다.”
- 니체:→ 초인은 기존 가치의 기반을 해체하고, 새로운 가치를 자기로부터 창조하려 합니다. 이는 인간을 존재의 중심과 기원으로 놓는 행위입니다.
- “신은 죽었다. 이제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법을 정해야 한다.”
- 자기 형성의 절대화
- 키르케고르의 이 절망한 자는 자기 형성의 주체가 되려는 자입니다. 그는 자신의 능력, 성향, 관계 등을 구성하는 ‘구체적 자아’를 거부하고, 무한한 가능성으로서의 자기 형식을 통해 자기를 구성하려 합니다.
- 니체의 초인도 자기 자신을 형성하는 자, 즉 “예술가로서의 인간”입니다. 그는 자신의 운명(amor fati)을 받아들이되, 그것을 자기의 의지로 해석하고 초월합니다.
- 신학적 절단과 실존적 창조
- 키르케고르의 경우, 이 실존은 하나님과의 관계를 단절한 채, 오직 자기 자신만을 의지하는 자입니다. 이는 실존적 교만으로 해석됩니다.
- 니체는 하나님과의 관계 자체를 폐기하고, 신 없는 존재 방식을 적극 긍정합니다. 그의 “초인”은 그 공허함을 감당하고 새로운 세계를 연다는 점에서 철저히 무신론적 인간의 긍정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차이점도 있습니다:
- 키르케고르에게 이러한 자기 창조는 ‘절망’이고, 죄에 가까운 상태입니다.
- 이는 신 앞에서의 존재로서의 인간을 거부한 상태이며, 실존의 병든 상태입니다.
- 반대로 니체에게는 이것이 인간의 ‘완성된 상태’입니다.
- 신 없는 세계에서 인간이 살아갈 유일한 방식이자, 정상적인 인간의 이상형이죠.
정리하자면:
키르케고르의 ‘절망하는 자’는 니체의 ‘초인’과 매우 흡사하지만, 한 사람은 그것을 실존의 병으로, 다른 사람은 그것을 인간의 목표로 본다는 점에서 같은 인간의 모습을 두고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해석한 셈입니다.
'책소개 > 죽음에 이르는 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니체의 절망 (0) | 2025.06.30 |
---|---|
자존심에 대하여, 죽음에 이르는 병 해설 (0) | 2025.06.26 |
2) 영원한 것에 대하여 혹은 자기 자신에 대하여 절망하는 것, 해설 (2) | 2025.06.26 |
Veritas est index sui et falsi 해설 (0) | 2025.06.08 |
B 의식의 규정 아래에서 본 절망 해설 (0) | 2025.06.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