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소개/죽음에 이르는 병

니체의 절망

by 엉클창 2025. 6. 30.

 이 대목은 놀라울 정도로 니체(Nietzsche)의 실존적 반항—특히 ‘신은 죽었다’는 선언 이후 초인(Übermensch)이 자기 삶의 의미를 자율적으로 창조하려는 태도—와 매우 유사한 구조를 지닙니다. 키르케고르가 말하는 이 절망은 다음과 같은 면에서 니체적 실존을 떠올리게 합니다:

 


 

1.  고통과 자기 동일시

 

“그 고통을 끌어안고, 거의 그것을 자랑하듯 고집하는” 태도는 니체의 고통에 대한 수용과 전환—즉, 고통을 통한 자기 초월—을 떠올리게 합니다.

 

 

 2. 신의 도움을 거부하는 고집

 

“도움의 가능성을 희망하지 않으며, 다른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않으려 한다”는 묘사는 니체의 반-기독교적 자립성을 상기시킵니다. 그는 인간이 더 이상 신의 도우심 없이도 자신을 창조해야 한다고 보았지요.

 

 

 3. 고통 속에서라도 자기 자신이 되려는 의지

 

이는 니체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강조한 ‘운명애(amor fati)’, 즉 운명을 사랑하라는 명령과도 공명합니다. 현실의 조건을 외면하거나 체념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긍정하며 자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사상입니다.

 


하지만 키르케고르와 니체는 분명한 차이점도 있습니다.

키르케고르는 이 절망의 상태를 하나님 없이 자기 자신이 되려는 교만한 죄의 상태로 봅니다. 그는 진정한 자기됨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수용하고, 자기를 잃음으로써 되찾는 것에서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반면, 니체에게는 신이 없는 자기 창조야말로 인간의 가장 고귀한 도전이자 해방입니다.

 

요약하면, 키르케고르는 이 절망적 상태를 지옥, 니체는 이를 자유의 기회로 본다는 점에서 동일한 실존적 구조에 전혀 다른 해석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키르케고르의 절망론은 니체의 그림자를 예언적으로 드러낸 철학적 선취로 읽을 수 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