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케고르가 《기독교의 훈련》(Indøvelse i Christendom) 제1부 〈오라,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에서 언급한 “그 왕(King)과 그의 딸의 무정함으로 인해 미쳐버린 그 왕의 행렬(procession)”은, 셰익스피어의 King Lear 제1막 4장을 직접적으로 염두에 둔 표현입니다.
이 부분을 이해하려면 리어왕의 이야기 구조와 그 1막 4장의 핵심 장면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 1. 리어왕 이야기의 기본 구조
King Lear는 셰익스피어가 1605년경 집필한 비극으로, “자기 중심적 권력자에게 찾아온 광기와 진리의 인식”이라는 주제를 다룹니다.
- 리어(King Lear) 는 노년의 영국 왕으로, 은퇴를 앞두고 세 딸에게 나라를 나누어 주려 합니다.
- 그는 자신의 노년을 평화롭게 보내려는 욕망과 동시에,
- “누가 나를 가장 사랑하느냐?”라는 질문으로 사랑의 언어적 증거를 요구합니다.
- 맏딸 거너릴(Goneril) 과 둘째 리건(Regan) 은 아첨으로 아버지를 감동시키지만,→ 리어는 분노하여 코딜리아를 저주하고 추방합니다.
- 막내딸 코딜리아(Cordelia) 는 진실한 사랑을 말하며 과장하지 않습니다.
- 이후 그는 두 언니의 집을 전전하며 “왕으로서의 권위”를 잃어가고,
- 세속적 권력에 대한 집착이 점차 “광기(madness)”로 변해갑니다.
🐎 2. 제1막 4장의 장면 ― “왕의 행렬(procession)”
이 장면은 키르케고르가 인용한 바로 그 부분입니다. 리어는 큰 행렬을 거느리고 맏딸 거너릴의 집에 머무르지만, 그의 하인들과 기사는 거너릴의 사람들에게 무례하게 행동합니다. 거너릴은 이를 빌미로 아버지의 권위를 대놓고 공격하며 말합니다.
“아버지, 지금의 아버지는 더 이상 왕이 아니세요. 권력은 내려놓으셨으면서, 여전히 명령하려 하시니 어찌 된 일입니까?”
리어는 충격과 분노로 가득 차, “자식이 아비를 죽인다!”고 외치며 떠나가지만, 그 순간부터 그는 권력도, 존경도, 가족도 잃은 비극적 존재가 됩니다. 그의 “행렬(procession)”은 더 이상 왕의 위엄을 드러내는 행렬이 아니라, 광기와 절망의 행진, 즉 권력의 몰락과 인간적 파탄을 향한 여정이 됩니다.
⚡ 3. 키르케고르가 이 장면을 인용한 이유
키르케고르는 리어의 행렬을 그리스도의 행렬과 대조적 상징으로 사용합니다.
| 구분 | 리어 왕의 행렬 | 그리스도의 행렬 |
| 출발 동기 | 교만, 자아중심성, 인간적 권력 유지 | 자기비움(kenosis), 겸손, 섬김 |
| 결과 | 광기, 몰락, 절망 | 십자가, 부활, 구속 |
| 상징 | “하강하는 인간의 비극” | “하강 속에 나타나는 신적 역설” |
| 의미 | 인간의 교만이 불러온 붕괴 | 하나님의 자기비하 속에서 드러난 구원 |
키르케고르는 셰익스피어가 그린 리어의 광기를 단순한 미친 왕의 몰락이 아니라, 인간적 권위의 해체를 통해 드러나는 실존의 공허함으로 읽습니다. 그리스도의 “행렬(procession)”은 이와 반대로, 신적 자기비움의 길을 걷는 자의 승리로 제시됩니다.
따라서 키르케고르에게 리어의 행렬은 “세속적 영광의 광기”이고, 그리스도의 행렬은 “겸손 속에서 드러나는 참된 광기(den højere Galskab)”입니다.
원문에서 키르케고르는 이렇게 덧붙입니다.
“그 왕의 행렬은, 그리스도의 행렬보다 더 미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덜 미친 것이다 — 왜냐하면, 여기에 더 높은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Pap. X5 B 33b:2)
즉, 리어의 광기가 인간적 비극이라면, 그리스도의 광기는 신적 사랑의 역설이며, 그 안에서 실존의 참된 전복(omvending) 이 일어난다는 것이 키르케고르의 사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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