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케고르가 말하는 "제2윤리학"은 기독교적 윤리학을 의미하며, 이는 그가 그리스도교적 관점에서 인간의 본질과 죄의 문제를 다루는 방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제1윤리학"과는 달리, 제2윤리학은 인간이 죄인임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이는 인간의 존재와 자유에 대한 근본적인 단절을 상징합니다. 이를 통해 키르케고르는 그리스 철학에서 말하는 이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윤리학(제1윤리학)과의 근본적인 차이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1. 제1윤리학 vs. 제2윤리학
- 제1윤리학은 고대 그리스 철학에 기반한 윤리학으로, 인간이 선한 행위를 통해 덕을 실현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는 인간이 기억과 이성을 통해 과거의 이상적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는 "회상"(Anamnesis) 개념에 기반합니다. 이 윤리학은 형이상학적 전제를 두고 있으며, 선을 행하고 악을 피하는 것이 인간의 이상이라고 주장합니다.
- 제2윤리학, 즉 기독교적 윤리학은 인간이 죄인이라는 사실을 전제로 출발합니다. 이 윤리학은 인간이 스스로 선으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며, 죄로 인해 인간의 존재가 근본적으로 분열되어 있음을 강조합니다. 따라서, 윤리적 실현은 더 이상 형이상학적 이상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구속을 통해 가능한 새로운 시작에 의해 가능합니다.
2. 죄와 구속의 관계
제2윤리학에서 죄는 인간의 필연적 현실로 받아들여지며, 윤리적 실현은 이 죄를 인식하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집니다. 인간은 죄의 존재로 인해 단순히 윤리적 이상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구속(Redemption)이라는 외부적 힘에 의존해야 합니다. 이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구속과 은총의 개념으로 이어지며, 키르케고르는 이를 통해 인간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합니다.
3. 자유와 반복(Repetition)
제2윤리학에서는 인간의 자유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이 자유는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고 이상을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Repetition)이라는 형태로 나타납니다. 키르케고르는 반복을 통해 인간이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반복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자유의 실현을 통해 새로운 상태로 나아가는 과정입니다.
4. 윤리적 요구
제2윤리학에서 윤리적 요구는 인간이 죄인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설정됩니다. 이는 이상적인 요구가 아닌, 인간의 실존적 현실 속에서 죄와 씨름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요구입니다. 따라서 제2윤리학은 인간의 죄와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구속을 통해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정리하자면, 키르케고르의 제2윤리학은 죄와 구속, 그리고 인간의 실존적 자유와 반복을 중심으로 하며, 기독교적 관점에서 윤리적 실현을 다룹니다. 이는 그리스 철학에서 말하는 이상적인 윤리적 실현과는 달리, 인간의 실존적 한계를 인정하면서 새로운 구원의 길을 제시하는 윤리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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