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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과 인문학

<폭력 계보학> 소개

by 엉클창 2021. 11. 9.

 

 

《폭력 계보학》 번역 출판 프로젝트!

  1. 간단한 소개

이 책은 미국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텍사스 크리스쳔 대학교(Brite Divinity School at Texas Christian University) 교수이신 찰스 벨린저의 책을 번역한 것입니다. 이 책은 무엇보다 키르케고르와 지라르의 사상을 통해 우리 사회에 내재되어 있는 폭력의 기원과 원인을 파헤치고 있습니다. 서론과 전체 9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책의 제목은 "계보학"으로 되어 있으나, 전체 구성 내용은 "폭력의 기원"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폭력에 대한 과학적 접근의 문제점

“폭력은 왜 생기는가?”라는 질문에 그동안 과학적인 대답을 내놓으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이 책은 대표적인 인물로, 앨리스 밀러, 어빈 스타우브, 칼융, 에리히 노이만, 어니스트 베커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도의 문제점은 폭력의 원인을 밝히는 데에 대한 통일된 의견이 없다는 점입니다. 
또한, 폭력의 원인분석이 너무 지나치게 환원주의(reductionism)에 빠진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폭력의 원인을 지나치게 하나의 원인으로 축소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예를 들어, 밀러는 폭력적 행동 뒤에는 어릴 때 아동학대의 경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테러리스트의 행동을 설명할 수 없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들의 폭력적 행동은 어릴 때 학대의 경험 때문이라기보다는 이데올로기가 동기로 작용했을 확률이 더 높습니다.  이런 식으로 벨린저는 각 사상가들이 주장하는 폭력의 원인에 대한 분석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폭력에 대한 원인 분석의 대안을 제시합니다.  
벨린저는 앞에서 제시한 사상가들의 공통점을 언급합니다. 즉, 이 사상가들은 모두 “인간관계”라는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밀러는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를 강조하고, 스타우브는 사회와의 관계를 강조하고, 융은 자아에 내재하는 여러 부분들의 상호관계를 강조하고, 베커는 자아의 초월적 한계인 죽음 이전에 존재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립니다. 그러나 키르케고르의 관점에서 본다면, 누구도 가장 중요한 관계인 하나님과의 관계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저자는 폭력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기 위한 대안으로 키르케고르와 지라르의 사상을 주로 언급하면서 비슷한 관점에서 다른 신학자들(칼 바르트, 뵈겔린 등)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이 책은 폭력을 분석함에 있어 과학적 접근 방법에 의존하는 대신, 문화인류학적이면서도 신학적 접근 방법을 시도합니다. 

 

3. 키르케고르

  • 키르케고르의 계속된 창조

키르케고르의 인간론은 “계속된 창조”로부터 출발합니다. 인간은 아직 완성된 존재가 아닙니다. 완성된 존재로 가는 중에 있습니다. 마치 씨앗이 땅에 떨어져 심겨지고 자라나 나무가 되듯이 말입니다. 씨앗은 단지 가능성에 불과합니다. 이런 가능성을 지닌 존재는 무한한 가능성, ‘나무’가 될 수 있는 가능성 앞에서 ‘불안’과 마주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키르케고르는 《불안의 개념》에서 “불안은 가능성들의 가능성으로서 자유의 현실성”이며, “자유의 현기증”이라고까지 말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동물은 불안을 느끼지 않습니다. 동물은 위협적인 대상 앞에서 공포나 두려움을 느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동물은 본능에 사로잡혀 있으므로, 자유가 없고 유일하게 자유로운 존재인 인간만이 불안을 경험합니다. 문제는 불안을 없앨 수 없다는 것입니다. 두려움이나 공포는 이를 일으키는 대상이 사라지면 함께 사라지고 맙니다. 하지만 불안은 가능성으로부터 오는 것으로 대상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제거할 수도 없습니다. 키르케고르는 말하기를, “불안은 반감적 공감이면서, 공감적 반감”이라고 했습니다. 이를 쉽게 풀어 설명한다면, 사람들은 불안을 좋아하기도 하면서 싫어한다는 말입니다. 사람들은 자신 앞에 놓인 가능성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또한 실패할 가능성으로 인해 불안해합니다.

그렇다면 문제가 무엇일까요? 불안으로 인해 자유의 가능성 앞에서 도피합니다. 그리하여 계속된 창조과정에서 진정한 자신이 되지 못하고, 일종의 ‘탈선’을 하게 됩니다. 그의 이런 분석에 따르면, 인간의 폭력성은 바로 여기에서 나타납니다. 바로 여기에서 나타나는 핵심적인 개념이 ‘자아 보호(self-protection)’입니다. 폭력성과 자아 보호는 어떻게 관계가 있는 것일까요? 이런 질문에 대해 이 책은 대답하고 있습니다.

  • 자아 보호

‘자아 보호(ego-protection)’는 인간이 계속되는 창조의 과정을 회피하려는 시도입니다. 근원적으로, 이러한 회피는 영적인 성장의 가능성에서 파생되는 불안 (angst)에서 비롯됩니다. 불안에서 생기는 죄의 상태는 창조주에 대한 지각을 자아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이게 합니다.  그렇다면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이 책은 여기에서 죄와 폭력과의 관계를 자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죄는 소극적인 것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창조과정으로부터의 도피로부터 발생합니다.

 

4. 지라르

  • 실족과 스캔들에 대한 이해

지라르와 키르케고르에게 공통분모가 있다면, 모방 욕망입니다. 지라르는 모방욕망에 대한 이론을 발전시킨 바 있습니다. 모방 욕망이란, 우리가 무언가를 바라는 것은 직접적으로 원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원하는 것을 보고 그것을 따라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모방 욕망은 어떤 '비교'를 암시하고 있습니다. 키르케고르는 명시적으로 '모방욕망'이라는 단어를 쓴 적은 없으나 그의 작품 곳곳에서 '비교'의 문제점에 대해 다룹니다. 사람이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한, 진정한 '자기'가 될 수 없습니다. 
키르케고르에게, 실족이란 불행한 감탄입니다. 따라서 질투와 관련이 있습니다. 질투하는 사람은 은밀하게 다른 사람이 가진 것을 원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누군가의 아름다운 미모를 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런 아름다움을 소유하지 못했습니다. 그때, 질투하는 자는 그의 미모를 남몰래 감탄하면서도 그런 미모가 없는 자기 자신에 분노합니다. 바로 이것이 키르케고르가 말하는 실족입니다. 지라르의 표현대로 말한다면, 스캔들에 빠진 것입니다.

폭력은 이렇게 질투하는 자의 마음 속에서부터 싹트기 시작합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사람의 마음 속에 있는 비교 심리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습니다. 나의 이웃을 보고 그가 가진 것을 감탄할 수 있습니다. 그 순간, 우리의 마음 속에서는 이웃의 것을 갖기 원합니다. 이웃의 것을 탐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스캔들, 실족의 문제이고, 이런 점에서의 이해가 지라르와 키르케고르가 닮은 점입니다.

 

5. 문제는 무엇입니까?

오늘날 사회가 더욱 이런 비교심리를 강화하여 사람들을 더욱 폭력적이 되도록 자극하는 데 있습니다.

이 책은 이런 분석을 위한 힌트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많은 광고를 보십시오. 무엇을 말하고 있습니까? 인간의 질투 심리를 자극하고 있지 않습니까? 아마 대표적인 것이 "GUCCI ENVY" 향수 광고일 것입니다. 이 광고는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오늘날 사람들이 더욱 폭력적이라면,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이 책에 의하면, 그것은 아마도 우리의 환경이 점점 더 모방욕망을 자극해서 벌어진 일일 것입니다. 

6. 역사적으로 학살은 왜 일어났습니까?

히틀러와 같은 인물은 어떻게 나타났으며, 1, 2차 세계 대전과 르완다의 학살과 같은 일들은 어떻게 벌어진 것일까요? 이 책은 이런 질문에 대하여 대답하고 있습니다. 이런 대답을 시도하기 위해, 그동안에 대답을 시도했던 사상가들을 소개합니다. 예를 들어, 정신분석가 프로이트, 괴벨스, 신학자 칼 바르트, 뵈겔린, 자크 엘룰 등입니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이런 분석에서 인간은 본질적으로 종교적이라는 결론에 이릅니다. 심지어, 나치즘, 스탈린 주의 등의 정치 형태도 극단적인 종교였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기독교 역사 안에서도 기독교가 얼마나 폭력적인지를 알고 있습니다. 

기독교인들이 로마 시대에 핍박받다 죽은 사람보다 종교개혁 시대에 같은 크리스천들에 의해 죽은 숫자가 더 많다는 것도 역사적 사실입니다. 이 책은 종교적인 것이 타락하면 얼마나 폭력적으로 변할 수 있는지를 폭로합니다. 이런 역사적인 학살의 분석에 있어서도 키르케고르와 지라르의 사상이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7. 폭력은 치유할 수 있을까요?

이 책은 마지막 장에서 폭력 문제에 대한 결론을 맺고 있습니다. 저자 벨링커는 결론에서 기독교의 속죄이론을 검토한 후, 구원의 의미를 폭력과 관련하여 다룹니다. 즉, 지라르에 의하면, 우리 사회는 '희생양 메커니즘'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희생양 메커니즘은 폭력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입니다. 이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책은 결론부에서 이런 질문에 대해 대답을 시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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