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무지도 있습니다. 이것은, 사람이 날마다 조금씩 점점 더 배워가면서 지식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이 각주는 바울의 편지인 고린도전서 13장 12절에 대한 직접적인 신학적 인용입니다. 덴마크어 본문에서 “der læres stykkeviis … forvandles til Kundskab”(조각조각 배우다가 결국 지식으로 변화된다)는 표현은, 신앙인의 현세적인 인식의 부분성과 그것이 완전한 인식으로 변화되는 미래의 상태에 대한 바울의 진술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고린도전서 13:12 (덴마크어 1819역):
“Nu erkender jeg stykkevis, men da skal jeg kende fuldt ud, ligesom jeg selv er kendt fuldt ud.”
(한국어 개역개정: “우리가 지금은 거울로 보는 것 같이 희미하나 그 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볼 것이요 지금은 부분적으로 아나 그 때에는 주께서 나를 아신 것 같이 내가 온전히 알리라”)
키르케고르 맥락에서의 의미
이 성구는 키르케고르가 논하고 있는 자기기만(Selvbedrag)과 자기인식의 실존적 진보라는 주제와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그는 참된 회개와 고백(Skriftemaal)이 단순히 자신의 죄를 아는 것을 넘어서, 그 죄가 무엇이었는지를 처음으로 알게 되는 사건이라고 봅니다. 다시 말해, 인간은 자신이 무엇을 저질렀는지도 모른 채 살며, 그 무지 속에 빠져 있을 수 있습니다.
바로 이 무지에서 벗어나는 과정이 “부분적으로” 배우는 것이고, 그 부분적 인식은 신 앞에서의 진리의 순간에 이르러 진정한 지식(Kundskab)으로 변모하게 됩니다. 이 지식은 단지 정보의 축적이 아니라, 실존적으로 변화된 자기의 앎, 즉 ‘하나님이 나를 아시듯 나도 하나님 앞에서 나 자신을 알게 되는 사건’입니다.
신학적 함의
- 이 구절은 실존적 자기 앎의 길이 전적인 하나님 인식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 바울이 말한 “완전함이 올 때”란 단순한 시간적 미래가 아니라, 키르케고르에 따르면 실존의 진리 안에 머무는 결단적 순간(øjeblikket)입니다.
- 따라서 고백(Skriftemaal)은 바울이 말한 “지금은 희미하지만, 그때는 얼굴을 마주하여 보는 것”과 같은 현현과 자기 폭로의 순간이 됩니다.
이처럼 키르케고르가 고린도전서 13장 12절을 암시하며 사용한 이 표현은, 그가 인간의 죄의식, 자기기만, 그리고 신 앞에서의 실존적 진리 경험을 얼마나 철저히 성서의 계시에 따라 해석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키르케고르의 문맥에서 ‘그때(da)’를 회개의 순간—더 정확히 말하면 참된 회개의 실존적 시간—으로 이해하는 것은 매우 정당하며, 신학적・실존적 해석 모두에서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1. 고린도전서 13:12의 ‘그때’와 키르케고르의 해석 가능성
바울은 원래 종말론적 완성의 시간, 즉 하나님과의 완전한 일치의 때를 가리켜 “그때”라 말했습니다. 하지만 키르케고르는 이 ‘종말’의 의미를 전통적 시간 개념에서 탈피하여, 실존적 진리의 현재, 즉 ‘지금 이 순간에서 영원의 요구에 응답하는 그때’로 재구성합니다.
💡 『죽음에 이르는 병』이나 『사랑의 실천』에서도 키르케고르는 종말의 시간성을 지금 이 순간, 진리 앞에서 단독자로 서는 시간으로 전환시킵니다.
2. 회개의 순간은 ‘그때’가 된다
회개란 단순히 과거에 잘못한 행동을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자기가 누구인지를 처음으로 인식하는 사건입니다. 이러한 자기 인식은 단순한 기억이나 자책이 아닌, 자기의 존재 전체가 하나님의 진리 앞에 투명해지는 순간입니다. 바로 그 순간에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 내가 얼마나 깊은 자기기만 속에 있었는지 처음으로 깨닫게 되고,
- 내가 저지른 일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하나님을 망각한 죄였음을 처음으로 이해하게 되며,
- 하나님이 나를 아시듯이—나도 나를 있는 그대로 알게 되는 계시가 주어집니다.
🕯️ 따라서 키르케고르에게 있어서 회개는 단지 ‘뉘우치는 감정’이 아니라, 인간이 자기 실존의 진리와 조우하는 계시의 순간입니다. 그리하여 “그때 나는 완전히 나를 알게 된다”는 표현은 정확히 그의 신학을 반영하는 진술입니다.
3. ‘지금’이 ‘그때’가 될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키르케고르에게 있어 이 ‘그때’는 먼 미래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단 한 번의 참된 침묵, 단 한 번의 내면적 폭로가 지금을 영원의 순간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회개는 단지 감정적인 ‘돌이킴’이 아니라,
- 실존의 진리로 향한 결단,
- 자기를 향한 하나님 시선의 인식,
- 그리고 그 시선 아래에서 나를 비로소 아는 사건입니다.
정리하자면:
이 ‘그때’는 참된 회개의 순간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이 회개의 순간에 인간은 자기 자신을 하나님 앞에서 있는 그대로 아는 사건을 경험하게 되고, 바로 이 순간에 바울이 말한 “완전히 알게 되는” 것이 실존적으로 성취됩니다.
이와 같이 해석할 때, 바울의 고린도전서 13:12는 키르케고르의 실존적 회개론과 내밀하게 통합될 수 있는 종말론적 진술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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